오디오의 거장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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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레빈슨'의 인티앰프 No.383. 세계 최고의 인티 앰프 중 하나다.


오디오는 생명체다. 자신만의 성격과 표정과 목소리를 가졌다. 그 각각의 만남에 따라 천변만화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음악에서 빠져나와 오디오 자체에 푹 잠기는 것은 그런 능동성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신동아에 실린 김갑수 시인의 오디오 컬럼에 실린 이 말 만큼 내 가슴을 뛰게 하는 표현은 없었다. 그렇다 오디오는 생명체다. 어떤 스피커에 어떤 앰프를 물려 놓는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하고 살아 움직인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이 흘러나올때의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삼청동 입구의 작은 청음실, 그 시절의 추억들

내가 오디오의 세계에 빠져든 것은 군대를 제대한 1997년의 어느 가을 날이었다. 취미삼아 클래식과 재즈를 듣기 시작했는데 그 방대한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는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당시에는 소위 명반이라 불리는 CD 중 일부는 일반 레코드점에서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찾은 곳은 경복궁 뒷편, 삼청동 입구에 자리잡았던 작은 청음실이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갤러리로 바뀌었지만 간판도 없고 마니아들 몇명만 찾던 청음실은 음악을 듣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탄노이'를 알게되고 '메리디언'와 '매킨토시'를 만났다. 그리고 평생의 동경 '마크 레빈슨'을 만나게 됐다. 감히 내가 가질 수 없던 것에 대한 동경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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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83의 정면 모습. 세련되면서도 단아한 느낌이다.



정독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음악이 듣고 싶을때면 무작정 그 청음실을 찾았다. 한달에 고작 수입음반 2~3장을 사는 나였지만 청음실의 주인은 항상 반갑게 맞아줬다. 몇시간이고 같이 음악을 듣고 주인에게 음악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지금까지도 그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때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가를 말해주는 단면일 것이다.

내가 당시 가장 좋아했던 음반은 '데이브 브루벡 쿼텟(Dave Brubeck Quartet)'의 <Time Out>이었다. 사실 데이브 브루벡을 그리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불후의 명곡 중 하나인 <Take Five>를 만든 폴 데스몬드(Paul Desmond)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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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 앨범인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Time Out>. 최고의 섹소포니스트 폴 데스몬드의 <Take Five>가 수록됐다.



가벼운 듯 무거운 듯, 진지한듯 경박한 듯 자유자재로 섹소폰을 다루던 폴 데스몬드를 만난뒤 그가 세션으로 참여한 앨범을 모으고 그 앨범을 '마크 레빈슨'의 앰프에 물려 들으며 빠지고 또 빠져들었다.

이후 제법 오랜 시간 이런 저런 오디오 기기들을 샀다가 팔기를 되풀이했다. 가난한 내가 살 수 있었던 오디오 기기는 보잘것 없었다. 사실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따로 놓을 만한 공간도 없었고 작은 방안에 놓을 수 있는 북쉘프 스피커와 인티앰프, CDP 정도를 계속 업그레이드 할 뿐이었지만 그것 역시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국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되며 갖고 있던 스피커와 앰프들은 모두 정리됐다. 지금은 다소 초라하지만 가격에 비해 제법 쓸만한 소리를 들려주는 마샬의 북쉘프 스피커 한조와 내가 직접 만든 진공관 앰프 '클리오'만이 내 책상 위에 남아있을 뿐이다. 한때 아끼고 아꼈던 메리디언의 CD플레이어 역시 사라지고 남은 자리는 인켈의 CDP 하나만이 남았다.

한동안은 일과 오디오 취미를 연결시킨적도 있었다. 새롭게 섹션을 만들고 오디오의 명인들을 만났던 일들은 새로운 즐거움을 줬다. 오디오 자작의 대가였던 정통부 공무원 이재홍 과장, 매년 오디오 연감을 만나는 이영동 선생님과의 만남, 그리고 수많은 청음실과 인스톨러와의 만남은 새로운 경험을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은 누구인가?

당시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바로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이다. 재즈 연주가로 시작해 레코딩 엔지니어를 지낸 뒤 1971년 25세의 나이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마크 레빈스 오디오 시스템즈(MLAS)'를 창설한 인물이 마크 레빈슨이다.

그가 만든 앰프들을 30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음질을 자랑하고 있다. 마크 레빈슨은 시대를 30년이나 앞선 인물이었던 것이다.

내가 마크 레빈슨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가 연적에 의해 그의 아내와 회사, 이름까지도 빼앗겼기 때문이다. 마크 레빈슨은 모든 것을 잃고 빈털털이로 쫓겨났다. 그의 이름까지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첼로(Cello)'라는 회사를 새롭게 꾸리고 다시 한번 최고의 오디오들을 만들어냈다. 그만이 가진 재능. 자연에 가까운 소리를 튜닝할 수 있는 능력은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신의 영역'중 하나였을 것이다.

항상 만나보고 싶었던 마크 레빈슨을 마침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내겐 행운일 것이다. 물론 사적인 만남이 아니라 일 때문에 만났기 때문에 그와 함께 음악 얘기를 나누고 그의 철학을 좀 더 이해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만이 갖고 있는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추구한다

마크 레빈슨의 철학과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가 원하는 음(音)은 '듣기 좋은 소리', '아름다운 소리'가 아니다. 오직 그는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추구한다. 공연장 바로 앞에서 혼자 듣는 느낌을 거실로 가져오기 위해 마크 레빈슨은 오디오를 튜닝한다. 바로 그게 그의 철학이다.

마크 레빈슨과의 인터뷰는 1시간 정도 진행됐다. LG전자의 뮤직폰 행사로 인해 만나게 된 만큼 뮤직폰 얘기가 주를 이뤄 조금 아쉬운 감은 있지만 그를 조금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마크 레빈슨의 얘기를 적다보니 오랜만에 <Take Five>가 듣고 싶어졌다. 오늘 하루만큼은 옛일들을 생각하며 음악에 푹 빠져있고 싶다. 빨갛게 달아오르는 진공관을 바라보며 마크 레빈슨이 직접 튜닝한 시스템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반들을 듣고 싶다는 상상을 한번 해본다.

오랫만의 느낌. 짧은 만남이었지만 마크 레빈슨의 만남은 그렇게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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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레빈슨(Mark Levinson)

Q : 최고의 음질을 구현하기 위해 최고의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음질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뮤직폰의 튜닝 작업을 맡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A : MP3플레이어나 뮤직폰의 음질이 하이파이 오디오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MP3라는 포맷은 새로운 테크놀러지며 음질 역시 뛰어나다.

기기가 나빠 음질이 나쁜 것이 아니다. 스피커와 앰프의 매칭이 중요하듯이 뮤직폰 역시 이어폰과 앰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간의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나는 MP3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내가 튜닝한 뮤직폰의 음질을 들어보면 아마 놀랄 것이다. 지금도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음질은 더 좋아질 수 있다. 종국에는 하이앤드급의 오디오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음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Q : 뮤직폰이라는 기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 뮤직폰은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폭발적인 보급력을 자랑하고 있다. 중독되기도 쉽다. 음악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준다. 나는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듣고 있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누구나 고품질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LG전자와 손을 잡고 뮤직폰의 튜닝작업을 시도했다.

Q : 뮤직폰의 음질 향상을 위해 어떤 작업을 했나?

A : 첫번째로 고민한 것은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스피커에 해당되는 이어폰이었다. 아예 이어폰을 새로 만들었다. 뮤직폰의 음질저하 요인의 상당수는 이어폰 때문이다. 보통 이어폰은 중역은 고르게 표현해주지만 저역과 고역은 잘 표현하지 못한다.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어폰을 귓속에 삽입하는 삽입형으로 디자인하고 저역부터 중역, 고역까지 고른 주파수 대역폭을 보일 수 있게 개발했다.

두번째는 뮤직폰과의 매칭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고 해도 적절한 튜닝이 없다면 평범할 뿐이다. 뮤직폰 역시 이어폰과 하드웨어와의 궁합이 중요하다. 나는 소리 하나하나를 일일이 들어가며 LG전자의 뮤직폰 튜닝을 했다. 그 중 최적의 소리를 찾은 것이 LG전자의 '랩소디 인 뮤직폰'의 이퀄라이저 프리셋에 있는 '내츄럴 사운드(Natural Sound)'다. 왜곡되지 않고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구현했다. 들어보면 알 것이다.

세번째는 소프트웨어적인 샘플링 방식이다. 디지털 소스의 경우 특유의 피로감과 거친 음질을 갖고 있다. 이것은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있다. 내가 만든 '버윈 밥캣(Burwen Bobcat)'이라는 기술을 이용하면 일반 디지털 사운드를 최상급 아날로그 사운드로 업그레이드 해준다. 이 기술은 LG전자의 뮤직폰 중 스페셜 이펙트로 사용됐다. 내장된 노래 중 'Everything But The Sun'을 들어보면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다. 다른 노래와 달리 마스터링을 다시 한 곡이다.

Q : 사운드 디자이너나 튜닝을 하는 사람은 작업을 할 때 특정 음반을 레퍼런스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던데 당신이 이용하는 레퍼런스 음반이 있는가?

A : 튜닝 작업을 할 때 듣는 음악은 팝부터 시작해 재즈, 클래식까지 다양하다. 특정 음반을 튜닝 작업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 상당수는 튜닝 전문가라기보다 마니아 수준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자연 그대로의 소리'다. 즉, 콘서트 현장의 소리를 그대로 거실로 옮기고 싶은 것이다.

때문에 나는 내가 직접 연주하고 녹음한 음반을 사용한다. 내 귀로 직접 듣고 머릿속에 새겨 놓은 소리와 가장 비슷한 소리를 찾는 것이 나의 튜닝 방법이다. 내가 만든 앰프는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최고의 소리를 내는 명기다. LG전자의 뮤직폰 역시 최고의 소리를 들려준다.

Q : 휴대폰 이후 당신의 계획은 무엇인가? LG전자와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가져가는가?

A : 근 1년간 LG전자의 뮤직폰 튜닝을 위해 일해왔다. 사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앞으로 LG전자와 좀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를 배워가고 있다. 나는 LG로부터 디지털 신 기술들을 배우고 LG는 나에게 음(音)을 배워간다. 마치 우리는 가족같다. MP3의 음질이 앞으로 계속 더 좋아질 수 있는 만큼 나의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Q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A : 하나 부탁할게 있다. '아이팟'을 갖고 있나? 만약 있다면 꼭 내가 튜닝한 뮤직폰과 비교해 들어보기 바란다. MP3 파일의 음질이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는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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