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멜론'의 법원 판정에 '소비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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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자사 서비스 휴대폰으로 '멜론(www.melon.com)'에서 구매한 음악파일만 재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멜론'이 시장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공정위의 문제제기에서 시작됐다. SK텔레콤이 국내 이동통신시장 50%라는 독점적 지위와 관련 네트워크의 독점으로 온라인 음악시장 역시 독점 지배력의 전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원이 내린 결정은 다소 생뚱 맞다. 법원이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표준화된 DRM이 없는 상황에서 DMR이 의무도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음악을 듣기 위해 해당 파일을 컨버팅 하는 불편함이 개인의 현저한 이익의 침해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표준화된 DRM이 없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전용 DRM을 사용하는 문제를 불법적인 문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이 같은 결정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는 표준 DRM이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멜론' 서비스만의 DRM을 사용한다면 제재가 마땅하지만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DRM이 난립하는 일 자체가 불법은 아닐 수 밖에 없다. SK텔레콤이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구매한 음원에 대해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DRM을 거는 행위 자체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에는 가장 중요한 '소비자'가 빠져있다.

SK텔레콤의 휴대폰을 구매해 음악 서비스를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편함을 느낀다. 현행 법상 본인이 갖고 있는 CD의 경우 음원을 추출해 다른 방법으로 듣는 것이 불법이 아니다. 내가 산 CD에서 MP3 파일을 직접 만들어 쓰는 경우는 불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상당수의 PC 프로그램은 CD에서 MP3 파일을 추출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있다. 이렇게 만든 MP3 파일은 본인이 불법적으로 유통하지 않는 이상 사용권한이 CD를 소유한 개인에게 있다.

문제는 SK텔레콤이 멜론에 DRM을 걸어 놓았기 때문에 CD에서 바로 추출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소비자들이 휴대폰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 DRM을 덮어 씌워야 한다는 것이다. DMR을 넣지 않으면 아예 파일 재생이 안되니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SK텔레콤의 입장은 단호하다. 개인이 가진 파일을 그냥 사용하도록 내버려두면 불법적으로 복제되는 음원을 누가 막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권리는 어떠한가? 모든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기업의 비즈니스 목적으로 인해 침해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특정 DRM이 걸린 음악 파일을 사용하는 기기는 휴대폰 밖에 없다. 일반 MP3 플레이어나 PMP 등은 DMR이 없는 기기들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DRM을 아예 없애자고 한 것도 아니고 다른 회사의 DRM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당하지 않다는 법원의 결정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도 MP3 파일에 대한 문제는 항상 논란이 돼 왔다. 오픈마켓 위주였던 2G 시장과는 달리 WCDMA 위주의 3G 시장으로 재편되며 유럽 이동통신사들도 MP3 서비스를 직접 하고 나섰다.

소니에릭슨의 '워크맨폰'이 왜 MP3폰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불법 음원의 유통 과정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는 유럽에서 '워크맨폰'은 가장 사용하기 쉬운 MP3폰으로 통한다.

소니는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CD를 MP3폰에 파일로 변환하도록 해준다. 특별히 애플리케이션 사용법을 익힐 필요도 없다.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CD를 집어 넣은 뒤 휴대폰을 USB 케이블로 연결해주기만 하면 된다. 소비자가 할 일은 싱크 버튼을 누르는 것 뿐이다.

모토로라 역시 '로커(ROKR)'를 USB로 연결한 뒤 외장 디스크에 MP3 파일을 넣듯이 집어 넣기만 하면 MP3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에 판매하는 제품도 이렇게 사용법이 쉽다.

하지만 국내 휴대폰을 이용해 MP3 파일을 듣는다는 것은 상당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일단 각 사이트에 별도로 가입을 해야 하고 복잡한 전용 싱크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휴대폰을 연결해야한다. 오류가 날 경우 처음부터 다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아예 MP3 파일을 전송하다 실패되는 경우도 있다. 왜 안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다. 소비자 대부분이 불편함을 느끼고 내가 좋아하고 편리한 사이트에서 MP3 파일을 구매한 뒤 이를 내가 원하는 기기에서 듣기 위한 '소비자 선택권'이 존중돼야 한다. 결국 법원은 '소비자 선택권'을 간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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