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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HD영상 저장 포맷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던 도시바의 HD-DVD와  소니의 블루레이(Blue-ray)간의 싸움이 끝났다. 결국은 소니의 승리다. HD-DVD의 판매량은 지금까지 100만대를 조금 넘어수는 수준 이에 비해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무려 10배 넘게 판매됐다.

도시바는 HD-DVD 사업에서 전면 철수하고 오는 3월까지 HD-DVD 플레이어 및 레코더의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판매된 HD-DVD 관련 기기들은 향후 8년 동안 애프터 서비스를 지원한다. 도시바가 HD-DVD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블루레이에 비해 1/10에 가까운 플레이어 보급율로 인해 헐리웃 영화사 대부분이 블루레이 진영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HD-DVD 진영의 영화사는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드림웍스 단 3개다. 반면 블루레이 진영은 워너브러더스, 소니픽처스, 월트디즈니, 20세기 폭스, MGM, 라이온스게이트, 미라맥스 총 7개다. 콘텐츠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차세대 HD영상 저장 포맷은 HDTV를 통한 본격적인 홈 씨어터 시대를 연다는 점에서 막강한 블록버스터 컨텐츠를 거느린 영화사들의 역할이 얼마나 컸을지는 짐작할 수 있는 바다.

80년대 'VHS' vs '베타', 포르노 전쟁

잠깐 눈을 돌려 80년대로 한번 돌아가보자. 80년대에도 동영상 저장 포맷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당시 비디오 시장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비디오 테이프의 규격인 마쓰시타의 'VHS'와 소니의 독자 규격인 '베타'가 있었다.

두 포맷 방식의 차이점은 분명했다. '베타'는 'VHS'보다 크기도 작고 플레이어의 완성도가 높았으며 저장된 동영상의 품질도 적었다. 하지만 지고 말았다.

당시 'VHS'가 '베타'를 이길 수 있었던 까닭은 이른 바 '포르노 전쟁' 때문이었다.

이전까지 포르노는 전용 극장에서 상영하는 컨텐츠로 일부 국가에서만 제한 상영관을 통해 감상이 가능했다. 그런데 포르노 전용 극장이라는 것이 끼리끼리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대중화가 어려웠다. 때문에 부유층에서는 가정용 영사기를 구매해 포르노 필름을 몰래 유통시키기도 했었다.

비디오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80년대 무렵, 포르노 업자들은 가정용 시장에 눈을 돌렸다. 전용 극장을 통해 상영하는 것 보다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운명이 갈렸다.

마쓰시타가 'VHS'를 통해 포르노 영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데 비해 소니는 '베타'에 포르노 영화의 불허 방침을 선언했다. 결국 포르노 영화사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VHS'로 쏟아냈고 소니의 '베타'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컨텐츠가 더 풍부한(?) 'VHS'에 묻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포르노 영화 산업은 80년대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사람들은 위험 천만인 곳인 포르노 전용 극장에서 포르노를 관람하는 대신 'VHS'로 제작된 영화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포르노에 대한 호기심으로 플레이어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국내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80년대 한국 영화 시장은 온통 극장판 에로영화였다. 5공 시절 심의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노출 수위가 높아진 에로영화들은 큰 인기를 끌었다. '애마부인', '뽕' 등의 시리즈 물이 성행했다. 이 영화들의 수익을 뒷받침 해주는 것중 하나가 'VHS'였다.

이후 90년대가 시작되면서 극장판 에로영화들은 비디오 에로 영화 시대를 연다. '젖소부인 바람났네', '김밥부인 옆구리 터졌네' 등 수많은 시리즈 에로영화들이 성행했다.

결국 어느샌가 '베타'는 완전히 사장되고 말았다. 거의 대부분의 컨텐츠 제작자가 'VHS'를 판매하고 이것이 큰 시장을 형성하자 '베타'는 상대적으로 콘텐츠가 빈약하고 비싼 포맷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다시 HD-DVD와 블루레이 진영의 다툼으로 돌아와보자.

포르노도 못 구한 HD-DVD

DVD 이후 또 다시 두 가지 진영으로 나눠져 첨예한 대립각을 보이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관심 중 하나가 포르노 업계가 어떤 포맷의 손을 들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결국 도시바는 포르노업계의 제안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HD급의 생생한 고화질을 가진 포르노 영상물들이 HD-DVD를 통해 선보이기 시작했지만 소니의 블루레이 진영을 막을 수는 없었다.

소니는 헐리우드를 선택했다. 차세대 HD급 포맷 싸움에서의 킬러 컨텐츠가 블록버스터 영화가 될 것으로 판단해 헐리우드 대부분의 영화사들을 자신의 진영에 끌여들었다.

결국 포르노는 통하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풀HD급 영상과 서라운드 음향을 제공하는 'HD-DVD'와 '블루레이'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포르노 업계가 인터넷을 대상으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VHS' 시대만 해도 포르노를 보기 위해서는 비디오 테잎을 몰래 구해오는 것이 최적의 솔루션이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에 연결된 PC만 있으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 만든 포르노라도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포르노 영화를 60인치짜리 풀HD급 TV에 5.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로 관람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르노 영화를 혼자 즐기기 위해 구매한다.

포르노 컨텐츠의 유통이 달라졌다는 점도 한 몫한다. 예전 'VHS' 시대만 해도 통신판매를 통해 포르노를 구매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매월 10달러 정도만 내면 고화질의 포르노 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널려있다.

결국 차세대 HD급 영상 매체의 경쟁력은 영화였다. 극장에서 느끼던 박진감을 가정에서도 느끼기 위해 이를 구매하고 '감상'보다는 '소장'을 목적으로 하는 사용자들이 많아지며 '블루레이' 진영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두 영상 포맷의 경쟁은 차세대 게임기로도 이어졌는데 다소 소극적으로 Xbox360의 주변기기로 HD-DVD를 지원한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블루레이'를 아예 게임기에 내장시킨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는 더욱 힘을 받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마 곧 Xbox360에 '블루레이'를 내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HD-DVD를 외장기기로 지원한게 다행이다.

아무튼 사용자 입장에서는 'HD-DVD'와 '블루레이'의 싸움이 끝난 것에 대해 환호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차세대 DVD의 표준이 확정안돼 투자를 미루고 있던 사람이라면 '블루레이'에 과감하게 투자할 것을 권한다.

'블루레이' 덕분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 역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다. 뭐라해도 플레이스테이션3 하나로 '블루레이'와 게임, IPTV까지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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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