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빗에서 쫓겨났어도 '짝퉁 아이폰'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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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애플의 '아이폰', 오른쪽이 'MEIZU M8'



수년전 중국 출장에 갈때였다. 같이 가는 일행 중 하나는 노트북 하나와 간단한 여행 필수품만을 챙겨온채 빈 몸을 비행기에 실었다. 일주일 동안 있는 터라 캐리어에 꽉 채워 비행기를 탄 나와는 대조적이었다.

그가 왜 그랬는가 하니 중국서 짝퉁 브랜드 옷과 가방을 사갖고 들어오기 위해서였다. 북경에 머무른 우리는 첫날 저녁 그를 따라 유명하다는 짝퉁상가(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를 들렀다. 빌딩 한채가 전부다 명품 짝퉁만을 파는 가게였다. 규모나 물건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무조건 부르는 가격의 10%가 판매가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그의 설명을 들으며 갔었다.

제일 먼저 그가 들러 산것은 루이뷔통의 핸드캐리용 여행가방. 그리고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시계를 사고 구찌 구두를 사서 걸치고 중국 현지에서 입을 옷들을 사기 시작했다. 제일 마지막으로 그가 멋진 줄무늬가 들어간 아디다스의 최신 트레이닝복 세트를 짝퉁으로 샀을 때 쇼핑이 끝났다.

나도 옆에서 덩달아 진품이랑 99% 똑같다고 선전하는 루이뷔통의 지갑을 4개 샀다. 많이 사는 사람들이 있어서 개당 5천원 정도에 샀는데 돌아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더니 어찌나 좋아하던지. 단돈 2만원으로 그렇게 반가워하는 선물을 사본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싶다.

명품과 짝퉁은 이렇게 뗄래야 뗄수없는 관계다. 누구나 명품을 갖고 싶어하고 그렇기 때문에 명품이 존재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명품들의 짝퉁도 큰 인기를 끈다.

사실 이런 일들은 패션업계에서는 왕왕 있어왔던 일이지만 IT 업계에서는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중소 IT 기업들이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소위 잘 나가는 IT기기들을 마음껏 카피해 내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휴대폰 제조사도 이런저런 눈치 때문에 못 넣는 기능들을 넣어 내고 재미있는 디자인을 가진 제품들도 많다. 디지털 기기에서 나름 명품 대접을 받는 애플의 고민도 있다.

중국에는 애플의 디자인을 차용한 IT제품들이 많다. 애플의 노트북과 디자인만 똑같은 제품을 비롯해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아이팟도 있다. 그리고 오늘 얘기할 짝퉁 아이폰은 사양만 놓고 봤을때 정품 아이팟만한 매력을 갖고 있다.

중국의 IT기기 전문 제조사 '메이즈(MEIZU)'는 애플이 '아이폰'을 공개하기 시작한 뒤 짝퉁 '아이폰'을 만들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짝퉁은 아닌셈이다. 애플이 맥OS를 넣은 대신 메이즈는 MS의 윈도 모바일을 OS로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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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인터페이스는 똑같아 보이지만 속은 다르다. 메이즈의 짝퉁 아이폰은 멀티터치를 비롯한 애플 고유의 인터페이스는 흉내내기에 그친다. 일반 PDA폰과 비슷한 정도다.

'메이즈'는 애플에게 악명과도 같은 이름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팟'의 짝퉁을 만들어 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메이즈'가 만들어낸 짝퉁 아이팟은 디자인은 동일하면서도 기능은 오히려 편리하다. 아이튠즈 없이도 음악을 집어 넣을 수 있고 기능은 오히려 더 좋다.

국내 기업들도 감정이 안좋다. 아이리버에서 잘나가는 제품들의 짝퉁을 만들어 중국 시장에서 자리잡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휴대폰 사업에 진출하면서 메이즈는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겉보기에는 거의 똑같은 짝퉁 아이폰을 독일에서 개최된 정보통신전시회 '세빗(CeBIT)'에 출품했다. 애써 전시부스까지 만들어 놓고 현지 행사장에서 제품 시연을 계획했던 메이즈는 세빗측의 제재로 인해 행사 내내 전시부스를 비워놓아야만 했다.

이른바 철퇴를 맞은 셈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메이즈는 짝퉁 아이폰인 'MEIZU M8'의 개발을 차근히 진행하고 있다. MS 윈도모바일을 기본으로 아이폰과 최대한 비슷한 인터페이스도 만들어냈다. 기본적으로 멀티터치를 사용하는 아이폰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따라할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본 화면 등은 비슷하다. 쿼티(QWERTY) 키를 그들만의 아이디어로 대체한 대목은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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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의 우스우면서도 황당한 짝퉁 아이폰 개발상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때로는 아무렇게나 내 팽개쳐지는 지적 재산권에 대해 아쉬운 생각이 들때도 있다. 하지만 더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이미 메이즈가 유저인터페이스(UI)를 만들어 내는 실력이다.

국내 PDA폰 대다수는 MS 윈도모바일에서 제공하는 자체 UI를 사용하고 있다. 얼마든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인터페이스를 보기 좋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바꿀 수 있지만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다.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좀 더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PDA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휴대폰을 아이폰처럼 보이도록 인터페이스를 바꿔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메이즈의 짝퉁 아이폰이 출시되면 인터페이스 프로그램만 뽑아내 다른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사람들도 대거 나타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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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짝퉁이긴 하지만 중국내 디지털기기 제조사의 이런 카피행태는 다소 위협적이다. 남의 것을 고스란히 베끼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석상에 나서는 그 CEO들의 행태는 분명 저질이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방은 과연 창조의 어머니일까? 지적재산권이나 모방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중국의 IT 회사들이 무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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