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원들의 비자금 사태를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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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전직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소위 '양심선언'을 외치며 그룹 내부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는 현재 삼성그룹 내부 직원들의 태도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와 매경은 젊은 삼성맨들이 용기있게 삼성을 향해 쓴소리를 내 뱉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세계일보는 자신의 회사를 옹호하는 삼성맨들이 오만의 극치라고 보도를 했다. 사실상 이 두가지 상반된 보도는 모두 맞는 얘기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김용철 변호사의 개인 사생활을 운운하며 세계 초일류 기업의 위상을 떨어뜨렸다 질타하지만 몇몇 소수인들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자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

문제는 '아' 다르고 '어' 다르지만 한 획의 방향만이 차이나듯이 같은 정보를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여러가지라는 것이다. 한겨레와 매경은 삼성 내부에 이런 직원들도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세계일보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회사의 입장만을 옹호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직원들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상무보 이상의 임원급과 일반 직원들의 반응은 더욱 달랐다. 이미 회사에 자신의 인생을 바친 임원들은 김용철 변호사의 개인적인 문제들을 언급하며 회사 입장을 대변했다. 일반 직원들 역시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우려와 불만을 말하지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다. 100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김 변호사에 대한 간극을 느끼고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그들의 반응이다.

"이번 사건으로 임원과 임직원들의 차이를 분명하게 느껴 회의감마저 들고 있습니다. 재직시 100억원이 넘는 돈을 받고 퇴직 후에도 월 2천만원의 돈을 받은 사람이 있다는 점 때문에 착잡하네요. 사실 김 변호사가 회사를 겨냥했다는 점보다 그정도의 돈과 대가를 회사로 부터 받아낸 사람이 금전관계가 끝나고 난 뒤 소위 양심선언을 했다는 점이 더 화가납니다." 한 삼성직원의 말이다.

물질만능주의 세상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감이 가는 말이다. 김 변호사가 정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면 퇴직후 받아온 월 2천만원의 돈은 거부했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장래 꿈이 뭐냐고 물었을때 절반 이상은 뭐가 되고 싶다는 얘기 대신 '돈 많이 벌고 싶다'는 소망을 얘기한다고 한다. 학생들이 선택하는 직업 역시 왜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가 이유다.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윤리와 도덕이 밥을 먹여 주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가치를 한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필수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의 개인적인 문제가 어떻든 그건 이미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의혹을 제기했고 이 의혹은 밝혀져야 한다. 결코 물질 때문에 본질을 흐리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수년간 100억원을 받고 회사를 박차고 나간 뒤에도 월 2천만원이라는 돈을 받았을 때 양심을 고려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 역시 그들의 세계에 함께 있었다면 같은 생각과 같은 말들을 내 뱉었을지 모른다. 아니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만큼 돈의 유혹은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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